내 배게에서 니 샴푸냄새가 나고,
내 이불에서 니가 바르는 바디로션 냄새가 나고,
내 몸에 니 체취가 묻어있었으면 좋겠어.
매일매일.
...니가 쓰는 숟가락과 내가 쓰는 숟가락이
어떤 거든 상관없게 뒤섞여 버리고,
같은 반찬 접시 안에서 젓가락이 부딪혔으면 좋겠어.
세탁기 안엔 같이 속옷이 들어가고,
니가 쓰는 칫솔을 실수로 쓰고 당황하고 싶어.
니가 얼마나 짜게 먹는지,
얼마나 싱겁게 먹는지를 알고 싶어
그래서 어느 날,
우리 둘다 같은 입맛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
마감 뉴스를 함께 본 뒤
리모콘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같이 거실을 돌아다니고
새벽 3시에 문득 보고 싶을 때,
자고 있는 너를 안기만 하면 되는 거면 좋겠어.
니 향수가 얼마나 남았는지,
니 자켓을 세탁소에 가져다 주려면
몇 번을 더 입어야 하는지,
니 차에 엔진오일을 언제 갈면 좋은 지를 챙겨주고 싶어.
힘들게 일하고 난 뒤,
너한테 안겨 잠들고 싶어.
일에 지친 니가 곤히 잠들 때까지,
꼭 안고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
모든 사람들이 내게 니 안부를 물었으면 좋겠어
니 지갑에 내 사진이 들어 있었으면 좋겠어.
백화점 식품부의 커다란 카트를
함께 끌면서 두부와 양파를 사고 싶어.
시식코너에 나란히 서서
뜨겁게 익힌 냉동식품 조각을 입에 넣어주고 싶어.
내가 싫어하는 영화를 굳이 봐야겠다는 너와 다투고 싶고
니가 싫어하는 공연을 굳이 봐야겠다고 너와 다투고 싶어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고 싶어.
아침 신문을 나눠 읽으며,
빨리 읽고 줘, 난 다 읽었어 라고 말하고 싶어.
잠들기 전, 문단속은 잘했는지 묻고 싶어
나는 존경받을만큼 해박하지도 않고,
사치스럽게 해줄 만큼 돈도 많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대접을 보장할 만큼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래서 너같은 사람에게 부족하고 부족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니가 갖고 싶어
미안하지만 그래 너무 미안하지만 너를 사랑해.
- 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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